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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이별을 말하지 마세요. :: 2007년 05월 23일 14시 23분
출근길의 마을버스.
내 옆자리의 20대 초반쯤으로 보이는 한 남자의 전화 통화가 한참이다.
서장훈이나 가졌을 법한 굵직하고 느끼한 목소리의 그의 여러 말 중 몇마디가 걸린다.
아마도 사귀던 여자친구와 헤어져야 하는 이유를 열거하던 중이었던 모양인데
만나도 재밌지도 않고 만나도 특별히 할 것도 없다는 솔직한 이유에 이어
'솔직히 니가 먼저 시작한 것 아니냐, 나는 별로 사귀고 싶은 마음도 없었는데
니가 먼저 니 마음대로 시작한 것 아니냐.'
그러므로 본인에게는 이런 헤어짐에 특별한 책임이나 잘 못이 없다는 발 뺌으로 이어졌다.
계속해서 이어지는 실랑이 끝에 이젠 다소 귀찮아 졌는지 자기가 미안하단다.
이러 저러 해서 미안하단다...
그렇게 헤어짐을 위한 설득이 잘 되어 가던 모양으로 보였다.
그런데 새로운 모드로 전향된 그의 한마디에 마음이 상해버렸다.
'그래.. 그럼. 우리 앞으로 웃으면서 볼 수 있는거지?
'다음에 또 봐도 웃으면서 인사하자'
그렇게 마무리가 되었는지 전화를 끊는다.
나는 가슴이 답다~압 해졌다.
이별을 말하는 그 순간임에도 불구하고
아무리 헤어짐을 선포(?)하는 입장이라고는 하지만
마을버스 안의 작지만 공공의 장소에서 아무런 거리낌없이 그렇게 말할 수 있단 말인가?
상대방도 이런 헤어짐의 의식이 거행되는 장소가 마을버스이고
남들도 다 들릴만하게 진행되고 있는 걸 알고 있을까?
갑자기 그녀가 더 가련하게 여겨 졌다.
그가 일어선다.
곧 내릴 모양이다.
나는 그를 뚫어지게 응시하고 있었다.
출입문이 열리는 부저소리와 함께
밖으로 향하는 그의 발걸음과 함께
가처 없는 마지막 한마디가 날아온다.
'왜 짜고 지X이야...'
나는 화가 났다.
지난 번 잠실 가는 버스안에서 어떤 남자가 여자 친구를 임신 시켜놓고 책임을 회피하는 말로
'솔직히 그 애가 누구앤줄 어떻게 알아?' 라고 말했을 때 처럼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