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아트와 관련된 학업을 하고 있어서 그렇겠지만 기대반 걱정반의 마음으로 서울시립미술관으로 향했다.
기존의 전시에 비해서 전체적으로 잘 짜여지고 안정감 있는 전시였다.
1층에서부터 시각적으로 풍성한 작품들을 감상하면서 즐거웠고,
설치영상들과 가끔씩 인터랙션 할 수 있는 작품들을 지나면서 천천히 흥미로움이 지속되었다.
1층을 나와 2층, 3층을 각각의 관람 동선에 맞추어 다니는 중에 중간중간 쉬면서 감상할 수 있는 작품들도
적절한 장소에 잘 배치되어 있었고, 약 1시간 반 정도 감상을 마치고 난 후에는 만족감과 뿌듯함을 동시에 느꼈다.
'전환과 확장'을 주제로 한 이번 전시는 서울시립미술관에서 11월 5일까지 무료로 열리고 있으니 놓치지 말고 꼭 보시길... 그리고 몇가지 팁을 드리자면 미디어아트 전시는 오래 지나면 작품의 고장으로 인해 못 볼 수 있는 작품이 있을 수도 있으니 가급적 빨리가야한다는 것과 주말은 피하고 평일을 이용해야 여유롭게 감상할 수 있다는 것. (월요일 휴관, 평일 오후 9시까지 오픈)
혹시 잊어 버릴까봐 몇몇 작품들에 대해서 기록해 두려 하는데, 아쉽게도 사진은 한장도 찍어두질 않아서
펌질을 해올까 했으나 양도 많고 약간 귀차니즘이 발동해서 몇몇 작품 빼고는 다음에 차차 업데이트 하기로...
수잔 빅터 Suzann Victor
부끄럽게 버려진 곳에서 정신을 소비한다, 2002
Kinetic Sound Installation
독일 ZKM과 싱가포르 ISEA2008에서 수학적 조형감을 지닌채 힘차게 흔들리던 샹들리에 작품(2007)을 봤음에도 불구하고 작가의 이름은 역시 기억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번 전시에서는 작은 백열등 전구들이 작은 거울에 부딪치며 내는 소리들을 연출하는데 kinetic sound installation 이라 분류한 점이 더 흥미로왔던 작품.
리 후이 Li, Hui
환생 Reincarnation, 2007
Laser Installation
침대 위에 빨갛게 내려앉은 레이저 점들과 빛에 의한 곧게 뻗은 선들 그리고 부드러운 연장선들을 교차로 뿜어내는 보일 듯 말 듯한 연기들.. 환생을 불러일으킬지도 모르는 환영을 주었던 작품이다.
물론 시각적으로 강력한 환영을 주고 있기는 하지만 불교에서 말하는 환생과 관련지어 그의 전작(Buddist Alter No.2, 2007)과 더불어 생각해 보면 조금 더 재미있지 않을까?
파블로 발부에나 Pablo Valbuena
증강된 조각 시리즈, 2007-2008
Video Installation
보통 비디오 작품을 5분이상 보기가 참 힘든데 한참 동안 이나 앉아서 지켜봤던 작품.
각각의 하얀색 입체면들에 프로젝션 되는 조각 빛의 향연을 보라. 아... 조형감과 리듬감이 과히 만족스럽다.
구글 이미지 검색으로 아래와 같이 사진을 가져오긴 했으나, 꼭 실제로 전시장에서 보기를 권하는 작품이다.
홍 동루 Li, Hui
정신적인 것 Spiritual, 2007
Machine Installation
'회전' 이라는 10분짜리 3D 애니메이션의 뒷편에 설치된 머신 조각 인데, 인공생명의 느낌을 주는 매우 세련된 기계조각 꽃이다.
마츠오 타카히로 Matsuo, Takahiro
환상 Phantasm, 2007
Interactive Installation
벽면만을 스크린으로 사용하지 않고 반투과형 하얀색 실크천과 벽면이 이중 레이어(Layer)가 형성된 스크린으로 사용하여 관객이 실크천과 벽면 사이에서 빨간 빛을 내는 공을 들고 인터랙션을 하면 바깥쪽에서는 또 다른 관객은 별빛 또는 반딧불 같은 점들과 함께 증폭되어 나타나는 나비들과 사운드에 한 껏 흥미로움을 느낄 수 있는 작품.
사운드와 비쥬얼을 적절히 조화시키는 인터랙션이 훨씬 더 좋다는 것을 잘 보여주는 작품이다.
크리스토퍼 토마스 알렌(라이트 서전) Christopher Thomas Allen(The light Surgeons)
대화 Dialogue, 2008
Mixed Media Installation
연구실 또는 사무실 처럼 꾸며진 공간에 두 명이 있는 것 같은 책상이 마련되어 있고, 그 위의 모니터들에서는 끊임없이 대화가 이어진다. 영어로 된 대화 내용이기는 하나 한글로 된 자막이 쉴 새 없이 움직여줌으로해서 대강의 내용을 파악하는데는 별 무리가 없어 보인다. 그런데 이 작품이 재미있는 것은 바로 그 대화내용에 있다.
인터넷 시대의 커뮤니케이션이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를 노골적으로 보여주는 것 같기도 하며 그 형식은 우리가 주로 대화의 직접적인 주체였을 때를 벗어나 제3자의 눈으로 대화의 주체들을 바라보는 엿보기 심리와 같은 재미있는 감정을 함께 느낄 수 있었다.
신기운 Shin, Kiwoun
알람시계 Alarm Clock, 2006
Video
이 것 역시 비디오 작품치고 인내심을 갖고 끝까지 지켜본 작품 중 하나인데, 아쉬움이 많이 남아 기록해 두려한다. 빠르게 흐르는 시간을 표현한 듯 시계 바늘은 하루나 이틀 남짓의 시간을 매우 축약해서 빠른 속도로 돌고 있고, 점점 위에서 부터 눌러 내려오는 회전분쇄기는 알람 시계를 조금씩 조금씩 갉아먹는다. 끝내 시계는 완전히 분쇄되어 버리고 남는 것은 찌꺼기 뿐... 아... 완벽한 설정이었으나 아쉬움이 마구마구 밀려오게 만들었던 것은 알람시계의 shape과 분쇄기에 찍힌 제품명이다. 미쟝센 처럼 완벽한 연출을 할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취향에서 근거하는 것일 수도 있으니 너무 개의치는 말고 일단 한번 보시길..
튜라 힐덴, 피오 디아즈 Thyra Hilden & Pio Diaz
극한의 열기 Implosive Heat, 2008
Site-specific Video Installation
'장소특정적'이란 형식이 가져다 주는 매력을 잘 살릴 수도 있었겠으나, 아쉽게도 기대가 너무 컸던 것인지 아니면 아직 무언가를 덜 느낄만큼 감각적 지각능력이 떨어지고 있는 것인지 약간 평범해 버리고 만 작품이다. 그러나 3층쯤 올라와서 다리와 허리가 조금씩 아파올 무렵 바닥에 놓인 쿠션에 벌러덩 누워 편안하게(?) 극한의 열기를 감상하게 된다. 하지만 침대에 뛰어들 듯 풀썩 주저앉지는 마시길... 탄력 없는 쿠션이라 중력을 실어 뛰어든다면 무지 아픈 고통도 함께 느끼게 될 것임.
뮌 Mioon
인산인해 Human Stream, 2005
Video Sculpture Installation
이 작품은 커다란 인물 흉상 두 개에 하얀 깃털들로 뒤덮인 설치물에 인산인해를 이루는 수많은 사람들이 지나가는 영상이 프로젝션 되는 작품이다.
일전에 작가가 개인적으로 기록해 둔 설치 영상을 DVD를 통해 본 적이 있는데, 역시 비디오 카메라의 눈을 통해 기록된 영상을 보는 것과 실제 공간에 놓인 작품을 보는 것과는 현저한 차이가 있다. 우선 생각보다 큰 규모와 하나하나씩 붙여진 깃털들을 보자 약간의 탄성이 흘러나왔고, 영상속 인물들의 흐름도 디테일이 살아있어서 좋았다. 하지만 매우 아쉬웠던 점은 공간이 너무 밝은 나머지 바람에 의해 날리는 깃털의 기계적 조작 내지는 의도가 드러나 버렸다는 것이다. 원래 작가의 의도와는 달리 밝은 공간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작품 앞에 서서 나는 한참동안이나 아쉬움을 달래고 있어야 했다.
이 밖에도 여러 좋은 작품들이 많이 있으니 전시장에 꼭 다녀오시길...
"미디어아트" 분류의 다른 글
| 김연아로 인해 상기되는 것 (0) | 2008/10/28 |
| 아트센터나비-이상한글 (6) | 2008/10/09 |
| 관객의 방백 : 뮌(mioon) (4) | 2008/02/26 |
| 국립민속박물관 기획전시 문화의 빛깔들 (0) | 2008/01/31 |
| 국립민속박물관 기획전시 소리 (0) | 2007/12/06 |
| 땅따먹기 - Land Rush (0) | 2007/11/03 |
| SICAF2007 (0) | 2007/05/31 |
| 거리에 글쓰는 자전거 (0) | 2007/05/11 |
| Oriental Metaphor 展 대만작가의 작품 (0) | 2007/01/26 |
Trackback URL : http://kh7777.net/tt/trackback/172
-
pablo+valbuena-으로 이어질 블로그링
Tracked from blogring.org 2008/12/18 13:29
pablo+valbuena-에 관한블로그를 요약한 것입니다.


Leave your greetings here.
이제 되려나? ㅋㅋㅋ
아... 된다 된다. ㅋㅋㅋ

음.. 근데 내가 무슨말을 하려고 했드라?? ;;
전시나 공연을 감상할 때마다 생각하는 거지만, 아는만큼만 보게 되는 것 같아요. ^^ 날개님 리뷰 보면서 아~ 그랬구나... ^^;;; 하고 갑니다... 라는 비슷한 말을 하려고 했던것 같아요. ㅋㅋㅋ 기억 안 나니 이쯤에서 패쓰!
공연도 그렇고, 책도 그렇고 취향이 비슷한 사람을 만난것 같아 반가워요.
자주올께요~ ^^
p.s. 트랙백은 여전히 안 돼요... -_-;;
그동안 댓글이 안달리는 줄도 모르고 있었는데, 알려줘서 고마워요.
EyeSpam... 설정법을 잘 몰라서 그런일이 생겼군요.
지금은 설정변경을 해서 댓글은 되는데, 아무래도 트랙백이 안걸리는건
트랙백 아이피 체크 때문인 모양인데, 이걸 해재하자 70여개의 스팸성 트랙백이 달리는 군요.. 어휴... 여튼 저도 반갑습니다~
앗! 푸근한 미소 어디서 봤나 했더니~~ 전시회 다녀오기 전에 검색해서 들어왔었던 포스팅이었어요!! ^^;;

대학원생이신가요~?
저는 원래 경상대 학생인데, 연계전공으로 미디어 수업들을 듣고 있답니다.
경영+미디어 = ? 무엇이 될까요? ^- ^
요즘에 감성경영이다 디자인경영이다 해서 상품에 디자인적 요소가 많이 들어가는 것 같아요.
이제 표현하는 사람, 예술가, 미술가, 음악가 등등 이 대두되는 시대라는데... 흐음
경영과 미디어아트가 결합되서 어떤 시너지 효과가 나타날까요?? (절대 제가 해야할 발표주제를 날개님께 물어보는것 맞습니다. 맞고요..^^
단적으로 미디어아트와 경영의 결합만 생각해 볼 것이 아니라 미술과 공연예술 전반의 예술분야의 전체적인 흐름을 보시면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이미 널리 알려졌듯이 예술과 상품의 경계가 흐려지고, 기호를 사고 파는 시대라는 점 역시 염두에 두고 말이죠.^^
기호를 사고 판다라... 혹시 날개님 포스팅(혹은 다른분) 중에서 제게 참고가 될만한 글이 있다면 추천해주시겠어요? ^^
안타깝게도 그런 전문적인 포스팅은 없네요...
디자인 경영이나 문화콘텐츠, 문화마케팅 관련된 자료를 찾아 보시면 좀 도움이 되시려나요...
최근에 읽은 책으로 방송통신융합시대의 문화콘텐츠(최혜실 저) 이란게 있는데 한번 읽어 보세요.
앗, 감사합니다 ^^ 문화콘텐츠라..흐음
안녕하세요, 날개님
미디어아트 비엔날레 후기쓰다가 검색해 들어와보았는데요, 작가신가봐요.
좋은 글 잘 읽고 많은 자극을 받았어요. 대단하세요..
날개님 글 읽고 제 글을 보니 마치 대학생과 초등학생의 글을 비교 해놓은것 같군요.
신나게 하나하나 참여해보면서 꼬맹이들처럼 즐겼던 전시회였던것 같아요.
Pablo Valbuena의 작품은 정말 좋았어요,
작품이 처음 보았던 장면으로 돌아가 반복될때까지 입을 반쯤 벌리고 보았더랬죠.
극한의 열기는 작품 감상이 다 끝난 줄 알고 있다 발견한 비밀 요새 같은 곳이었는데
역시 아픈 두다리가 쉴 수 있는 공간이라 너무도 감사했던 기억이 납니다
제목도 안보고 무작정 뭐 푹신한게 보이길래 들어가 벌러덩 누워버린,
오디오 가이드는 던져버린지 오래라 이 작품의 정체는 도통 알 수가 없고..
전 그저 따듯하고 포근하며 약간 몽환적인, 단풍색으로 물든 실내에 감격해
아 가을은 독서의 계절, 호호호, 여기 좀더 머무르고 싶어~ 이랬는데
나중에 친구들이 그러더군요 거긴 불타는 집이었어 ㅡㅡ;;
물론 제친구들도 "뭐야 작품 설치해놓고 의미만 부여하면 다 인터랙티브야?" 이런 수준이었지만..
극한의 열기를 따뜻한 온기로 받아들인 저에 비할 바는 아니죠 .
앞으로는 미리미리 예습해가는 센스를~
다시 가보고 싶지만 전시회는 이미 끝났다지요 흑흑흑..
가끔 들릴께요,
좋은 작품 활동 하시길 바래요 ^^
ps: 지금 새벽 두시인데 매운갈비찜이 급땡겨요
소주 한잔과..
작가라고 하기엔 전업 작가들한테는 너무 죄송하구요, 고마운 분 덕분에 작업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어 작가로써 작업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제 글이 맘에 드신다니 감사합니다. 봄님의 솔직한 글들도 보기 좋아요.
p.s)참고로 작가 뮌(Mioon)의 Human Stream은 한국에서는 이제 마지막으로 볼 수 있었던 작품이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