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03/21 18:56 / 詩를옮기다

    섬

                           안도현


  섬, 하면

  가고 싶지만


  섬에가면

  섬을 볼 수가 없다

  지워지지 않으려고

  바다를 꽉 붙잡고는

  섬이, 끊임없이 밀려드는 파도를 수평선 밖으로

  밀어내느라 안간힘 쓰는 것을

  보지 못한다


  세상한테 이기지 못하고

  너는 섬으로 가고 싶겠지

  한 며칠, 하면서

  짐을 꾸려 떠나고 싶겠지

  혼자서 훌쩍, 하면서


  섬에 한번 가봐라, 그 곳에

  파도 소리가 섬을 지우려고 밤새 파랗게 달려드는

  민박집 형광등 불빛 아래

  혼자 한번

  섬이 되어 앉아 있어봐라


  삶이란 게 뭔가

  삶이란 게 뭔가

  너는 밤새도록 뜬눈 밝혀야 하리


-----------------------------------------------------------

머릿속으로, 마음속으로

몇번이나 훌쩍 도망쳐 버린 그 곳 섬이 몇개나 되었을까...

그래 그렇게 뜬눈으로 지새운 밤이 몇개나 되었을까...


이젠 뱃길 재촉하는 뱃고동 소리의 부둣가에서

섬을 향한 그 바닷길에 두 발 얹지 않으리...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센스
Creative Commons License

"詩를옮기다" 분류의 다른 글

엄마는 목욕간다 (2)2008/07/15
사랑한다 - 정호승 (0)2007/05/11
분홍지우개 (1)2007/03/21
겨울나무 (0)2007/03/21
파도 (0)2006/11/16
2007/03/21 18:56 2007/03/21 18:56
Posted by 날개.
TAGS ,

Trackback URL : http://kh7777.net/tt/trackback/16


Leave your greetings here.

« Previous : 1 : ... 164 : 165 : 166 : 167 : 168 : 169 : 170 : 171 : 172 : ... 184 : Nex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