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한다
밥그릇을 들고 길을 걷는다
목이 말라 손가락으로 강물 위에
사랑한다라고 쓰고 물을 마신다
갑자기 먹구름이 몰리고
몇날 며칠 장대비가 때린다
도도히 황톳물이 흐른다
제비꽃이 아파 고개를 숙인다
비가 그친 뒤
강둑 위에서 제비꽃이 고개를 들고
강물을 내려다본다
젊은 송장 하나가 떠내려오다가
사랑한다
내 글씨에 걸려 떠내려가지 못한다
전경린의 소설 '황진이'에 보면
이처럼 젊은 송장 하나가 사랑에 묶여
떠내려가지 못했던 적이 있었다.
구슬프게 비내리는 처연한 상여길에
못 다 이룬 사랑에 발 묵인 슬픈 상여를
자신의 속곳을 기꺼이 내어
상한 넋을 어루고 달래 저승길로
훠어이 떠내려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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