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무런 기대나 정보 없이 보게되는 영화 중에 보석처럼 간직하고 싶은 이야기를 만나게 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내게 <도쿄타워>는 그런 영화들 중 하나가 되었다.
이 영화는 일본 영화이지만 우리나라에서 만든 영화 같은 인상을 준다. 끊임없이 눈물이 솟게 하는 신파조의 흐름 대신에 이야기의 중간중간에 등장하는 코딕한 대사와 장면들은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를 떠올리도록 하는데 충분했다.
어머니는 처음 부터 늘 아들의 든든한 후원자 였고, 아들은 서른이 넘도록 어머니에게 신세를 지며 오랜 세월의 방탕한 생활을 하다가 비로소 어머니를 향한 최선의 노력이 시작된다. 간간히 등장하는 아버지는 아들에게는 근간이며, 의식의 세계이든 무의식의 세계이든 아들의 정신세계에서 동경, 질투, 증오, 몰이해의 대상이다.
이 영화에는 첫째로 편집으로 부터 오는 재미가 있다. '오후 3시'라는 현재와 잠시 후의 미래 시점에서 간간히 옛 이야기들이 담겨있는 과거로의 시간 여행은 아주 적절하고 자연스럽게 편집되어 있다. 늘 흥미가 끊이지 않는 이야기들 속에서 몰입되어 그가 들려주는 이야기속에서 꿈처럼 자유롭게 유영한다. 둘째로 시나 소설과 같은 문학에서 느낄 수 있는 감성을 불러 일으키는 대사들이다. "구르구르 구르구르" 라든지, '즐거움의 시간은 이렇게 방울이 비탈을 굴러가듯 음색을 남기며 종종걸음으로 지나갔습니다.' 와 같은 시적인 표현들이 영화를 보고나서도 풍족함을 느끼게 해준다.
영화는 장장 2시간 20여분 이라는 긴 시간여행을 준비하고 있다. 이 여행의 종착점에 다다를 때 즈음 어머니의 죽음이라는 숙명을 앞두고 아버지라는 인물과 미리 정해진 것이기라도 한듯이 시간축에 얹혀진 만남과 화해의 자연스러운 장면들을 목격하게 된다. 살면서 누구나 하나쯤 간직할 만한 마음의 응어리가 아니라 그렇게 약속이라도 한듯한 자연스러운 가족적 화해이다. 내게도 이런 비슷한 화해가 있었다. 아직 다 자라지 않은 나이에 겪었던 어머니의 지병과 어머니 지병의 원인으로 죄인처럼 지목해 버린 아버지와의 오랜 단절. 10여년에 가까운 세월이 흐르는 사이에 나는 자연스럽게 아버지를 이해하게 되었고, 더 이상 불행과 슬픔이 아니라 조금은 특별했던 내 인생의 소중한 경험과 기억들로 자리매김 되어 있다. 그러한 경험이 있었기에 이 영화를 따뜻하게 볼 수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도쿄타워', 누군가에게 또 들려주고 싶은 그의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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