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악과 서예와 무용과 시의 만남이라는 부제에 궁금증이 발동하여 안현정 작곡 발표회에 가게 됐다. 여기서 말하는 서예는 캘리그라피라는 이름으로 디자인과 예술 분야에서 활발하게 사용되고 있는 것을 말하고 있는 것 같다.
특별히 관심 있었던 부분은 전체 6곡 중 영상과 함께 들려주고 보여준다는 2곡 이었다.
기대했던 것은 실황 연주에 따른 영상이 어떻게 조화롭게 보여줄 것인가 였는데, 기대를 저버리고 미리 작업한 영상을 그저 곰플레이어에서 재생하는 것을 우리는 무대 앞의 스크린을 통해 볼 뿐이었다. 그리고 국당 조성주 선생님의 서예 소재들을 가지고 작업한 영상이 영상 속의 적절치 못한 편집 이펙트들의 난무로 인해 원래의 이미지가 가지고 있던 아날로그적 감동을 뿌리채 헤쳐놓고 말았다는 것이다.
서예, 무용, 시, 영상이라는 소재와 방법을 택한 것은 정말 탁월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무엇보다도 음악을 들려주는 공연이니까 연주가 좋아야 하는데, 학생들로 구성된 연주단은 내가 늘 감동하고 즐거워하며 들어왔던 수준의 연주에 많이 못미쳐서 많이 아쉬웠다. 그렇지만 다소 부족한 연주 속에서 들려온 가곡과 범패는 좋았다. 특히 이태리 가사로 되어 있는 'Araribella'는 대중적으로 잘 이해되면서도, 재미있는 장단과 추임새의 표현 때문에 입에 맴도는 잘 만들어진 곡이라고 생각된다.
끝으로 공연 중간중간 마다 곡해설 및 진행으로 등장한 작곡가는 한꺼번에 너무 많은 음식들을 차려놓고 억지로 '맛있는 거 많이 차렸으니 맛있게 드세요, 어때 맛있지? 정말 맛있지? 이게 정말 맛있는 거거든요...' 하는 듯한 이야기들로 일관해서 조금 불편한 마음 마저 들었다.
여러가지 아쉬움이 많이 남는 공연이었지만, 비평적 시각과 소재의 재발견 등 많은 것을 배우고 생각할 수 있었던 공연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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