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덕소

2006/11/12 21:23 / 일상을말하다
마치 약속이라도 있는 듯 왼발과 오른발을 바삐 경쟁시키며 서빙고역으로 향하고 있었다.
철로 위 육교을 건너던 중 저만치서 열차가 막 들어오는 중이었다.
나는 더욱 바쁜 걸음을 재촉하여 간신히 출발하려는 열차에 올라탔다.
아무런 계획도 없이 그저 달리는 열차에 몸을 실어 보기로 했다.

도착한 곳은 종착역인 덕소.
열차에서 내려 나는 "한강"이라는 푯말을 따라 내려간다.
이미 들어선 아파트와 새로 짓는 아파트로 숲을 이룰 답답한 한쪽 면을 두고
강변위의 고가 도로와 멀찌감치 공사중인 다리, 그리고 버려진 듯한 한강 옆길.
경치라는 단어를 내어줄 만큼 전혀 훌륭하지도 않은 그 곳을 나는 것는다.
그러나 해가 저물어가기 전의 가을 빛깔은 볼 것 없는 이 길의 곳곳을 아름답게 바꿔 놓는다.
그리고 나는 그것을 아름다운 풍경으로 받아들인다.

하나님이 하시는 보이지 않는 위대한 일을 나는 알 것 같다.
쓸모없는 것들을 쓸모있게 바꾸시는 하나님.
이제는 내가 그 주인공이 내가 되고 싶다.

예전에는 몰랐던 갈대의 아름다움을 보게 되는 것은 서른이 되었기 때문일까?


나는 어디로 가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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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1/12 21:23 2006/11/12 21:23
Posted by 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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