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1~2미터의 거리를 둔 채 나의 왼쪽에 거하고 있다.
그가 웃는다. 모니터에서 플래시 이미지로 만들어진 애니메이션이 그를 킬킬대는 웃음으로 이끈다.
나는 궁금했다. 무엇이 그리 재미있었는지...
그리고 나도 모르게 말 한마디가 튀어 나왔다.
"이 자스윽, 뭔데 그리 웃구 지랄이여어~~"
대꾸는 커녕 그의 고개가 오른쪽으로 약 45도 가량 비스듬히 돌아오다가
사나운 눈빛을 짧게 내던진 후 제자리로 돌아가버렸다.
잠시 동안 침묵이 흐르다가 이어서 차갑고 불쾌한 억양의 한마디가 날아왔다.
"이새끼, 저새끼 하지마요. 기분 나쁘거든요?"
잠시 후 그는 문을 열고 나갔다.
그리고 그날 다시 들어오지는 않았다.
나는 전혀 예상치 못한 반응이라 당황스러웠다.
나는 화가 나는것 같기도 하고, 쪽 팔린것 같기도 했다.
게다가 아프기 시작했다. 상처 받은 것처럼 가슴이 아팠다.
얼굴이 뜨거워지고, 심장박동 마저 빨라졌다.
그러나 그건 전적으로 내 실수다.
친하다고 말을 그렇게 한 것이 내 실수였던 것이다.
친하다의 기준은 내가 세운 것이고, 아무리 장난스러운 말투였더라도
친하다는 이유로 그렇게 말하면 상대방의 인격에 손상이 올 수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예상치 못한 반응으로 날카로운 반격이 들어왔을 때
나의 인격에도 상처가 나고 그래서 아팠던 것이다.
다음 날이 되었다.
문이 닫혀있다는 것만으로 폐쇄적인 공간이 되는 것은 아니다.
냉랭함과 불편함과 답답함이 연출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폐쇄적인 공간이 되어 버린다.
실수는 내가 했으니 먼저 이야기를 건네는 것도 나인게 당연한 듯 했다.
나의 상황을 정당화하는 쪽보다 실수에 대한 인정으로 쪽팔림을 얻을 지라도
그에게 다시는 그와같은 인격적 상채기를 내지 않는 쪽을 택해
쌍방 모두 다시 인격이 회복되기를 원한다.
나는 실수에 대한 미안함으로 밥을 사겠다는 문자를 건냈다.
그에 대한 아무런 답도 없었으나, 하루가 더 지난 후 함께 식사를 함으로써
그리고 냉랭함과 불편함과 불쾌함으로 유지했던 거리두기의 모습이 사라진 것으로써
암묵적 회복이 있다고 믿게 되었다.
나의 부족했던 인격을 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던 것 같다.
나에 대한 오해라고 감정적 억지를 쓰며 상대를 탓하거나
무너진 자존심과 인격 때문에 스스로를 괴롭히는 것보다
침착하게 그리고 조용히, 가만히 나를 들여다 볼 수 있어서 참 감사하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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