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블로그에 연재중인 생명이란 무엇인가 라는 제목의 글들은 DNA발견이후 다시 쓰는 <진화론>이라는 부제가 붙은 《생명이란 무엇인가? What is life?》 (린 마굴리스, 도리언 세이건 지음 / 황현숙 옮김 / 지호 / 1999)라는 책을 읽으면서 공부겸 밑줄 긋고 정리하는 글임을 미리 밝혀둡니다.
6장은 인간과 가장 가까워 보이는 동물들에 대해 다루고 있어서 여러모로 흥미로운 장이다.
동물들의 행동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감각, 지각, 인지를 하는 동물들의 예를 통해 '생명'전체를 인지권(noosphere)로 보는 시각이 독특하다.
[6] 경이로운 동물의 세계
바우어새의 미학
동물은 감각과 운동 면에서 상당히 놀라운 능력을 진화시켰다.
오스트레일리아와 뉴기니산 바우어새의 수컷은 정교하고 다채로운 집을 짓는다. (...) 암컷 바우어새가 확실히 자신을 선택하도록 나무껍질이나 으깨진 과일, 목탄, 맹수에게 뜯긴 깃털, 심지어 푸른색 세제 가루까지 동원하여 가로 세로 약 20X30cm의 정자를 꾸민다.

침팬지와 오랑우탄을 마취시켜 의식이 없는 동안에 이마에 점을 그려놓으면 깨어나 거울을 보면서 자신의 이마를 닦아낸다. 이것은 그들이 스스로에 대해 자각을 할 수 있다는 명확한 증거이다. 이것은 그들이 스스로를 인식할 뿐만 아니라 제삼자가 자신을 어떻게 볼지에 대한 정신적 자각을 가지고 있음을 암시한다.(p.212)
꿀벌은 총천연색으로 사물을 보며, 공중에서 빛의 편광으로 방향을 잡는다. (...) 먹이의 위치에 따라 가까우면 원형춤, 멀리 있으면 흔들춤(8자춤)을 춘다. (...) 학습을 거치지 않은 꿀벌의 춤은 타고난 본능처럼 보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꿀벌이 실제로 그 의미를 인식하고 있을 수도 있다.(p.213)
동물만 의식적인 게 아니라 모든 생물체, 모든 자기 생산 세포 역시 의식을 한다. 가장 단순한 의미에서의 의식은 외부 세계에 대한 인식이다. 그리고 이 세계가 포유류 털 바깥의 세상이어야 할 필요는 없다. 한 세포막의 바깥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인식과 그 인식에 따른 반응의 일부 단계는 모든 자기 생산 계에 수반된다. (...) 살기 위해 모든 생물은 자신의 주위 환경을 감각하고 반응해야만 한다.(p.215)
동물은 다른 생물을 먹는다. (...) 세상 속으로 나가 구걸하고, 빌리고, 훔친다. 이런 특성들은 얻기 힘든 먹이를 획득하려는 필요성에서 유래한다. 그 나머지 특성들은 유성 생식에서 그 유래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 동물의 행동은 에너지 소산적인 우주계가 유용한 에너지를 고립된 놀라운 질서 주머니에 둠으로써 그것을 사용해 버리도록 하는 방식이라고 이해할 수도 있다. 의사 소통, 모방 학습, 도구 사용, 의식적인 사고는 모두 열역학적 관점으로 이해할 수 있다.(p.216)
동물이란 무엇인가
오늘날 대부분의 생물 종은 동물이다. 약 3백만 종에서 3천만 종에 이르는 생물이 동물계에 속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비교적 잘 알려진 극피동물, 연체동물, 척색동물, 강장동물, 절지동물 등과 덜 알려진 유수동물, 유조동물, 설형동물 등(...) 오늘날 동물의 선조들 가운데 극히 일부만이 바다를 떠나 육상에서 살아 남는 데 성공했다.(p.217)
무엇이 동물을 다른 생물과 뚜렷이 구별되는 유일한 존재로 만드는가? (...) 동물은 모두 동일한 생활 주기를 공유한다. 난자와 정자가 만나 동물성의 과정이 시작되고 수정란--세포덩어리--세포분열--세포분열거듭--포배가 된다.
배는 동물계와 식물계를 다른 계로부터 구분짓는 특징이며, 포배는 동물을 식물과 구분짓는 특징이다. 동물의 포배는 대개 모 조직과 떨어져 물에 존재하는 속이 빈 세포 구체이다. 동물의 배는 동물의 개체성을 보장해 준다.(p.220-221)

(이미지출처 : http://tardigrade.acnatsci.org/)
물곰이라 불리며, 가장 미세한 동물로 알려진 완보류(tardigrade). 굼떠보이는 듯한 움직임을 보여주는 듯한 이 미세한 동물이 귀여워 보인다. 이런 초정밀 광학적 확대 기술을 통한 과학적 발견으로 말미암아 마치 풍부해진 상상력을 경험하는 것 같은 일이 일어나는 사실이 흥미롭지 않은가...
유전되는성과 죽음
생명의 기원 단계에서는 외부 요인에 의한 불의의 죽음만이 난무했으며, 그후로도 오랫동안 그러했다. 그러나 원생생물의 출현과 더불어 예정도니 죽음이 나타났다. 이들은 세포가 개체의 삶의 일부로서 노화하고 죽는다. 동물에서는 죽는 부분과 잠재적으로 살아가는 부분이 있는데, 죽어가는 몸과 직계 자손에게 전달되는 성세포가 그것이다. 포유류의 성세포(생식 세포)는 다음 직계 자손으로 이어져 살아 남는 유일한 세포이다.(p.226)
캄브리아기의 쇼비니즘
사실 캄브리아기라는 무대는 박테리아와 원생생물이 마련했다고 할 수 있다. 동물에 속하지도 않는 이들이 DNA 재조합과 운동성, 지수 함수적인 성장을 이끄는 번식, 광합성, 가열에도 견디는 포자 등을 도입한 것이다. 동물이 아닌 그들이 공생과 다세포 집합체로부터 개체의 조직화를 개척했다. 그들이 세포 내의 운동성, 복잡한 발생 주기, 감수 분열, 성적 결합(수정), 개체성, 예정된 죽음을 고안했다. (...) 동물은 화학 물질이 아닌 박테리아와 원생생물 뒤에 나타났다. 동물의 대폭발은 미생물이라는 기다란 도화선이 있었기 때문에 일어날 수 있었던 셈이다.(p.232)
진화를 거치면서 초기 동물은 잠재적으로 위협적인 장애물을 생체 구조물로 바꾸어 나갔다. 우리의 뼈와 머리뼈는 우리보다 앞선 양서류의 뼈처럼 인산칼슘염(Ca2Po4)으로 구성되어 있다. 산호와 같은 일부 동물은 칼슘과 인산염, 탄산염으로 그들의 외부 구조를 만들었다. 다른 생물은 이빨에다 내부의 칼슘을 침전시켰다. (...) 유해한 폐기물은 산업 활동을 하는 인간의 독점물만은 아니다. 초기의 생물 형태들은 그들의 예를 통해 장기 생존은 오염의 중단보다는 오염원의 변형을 수반한다는 사실을 우리에게 말해 준다. 흰개미는 배설물과 침으로 보금자리를 짓는다. 칼슘 배설물 형태의 오염은 동물의 부지런한 근육에 의해 기워지고 재가공되어 최초의 껍질을 이루는 기반이 되었다.(p.238-239)
동물의 속임수
진화는 기계적 법칙이 아니라 민감하고 공생 발생적인 과정의 복합체이며, 부분적으로는 진화하는 생물 스스로의 선택과 작용의 결과이다. 흔히 자연 선택은 이러저러한 특성이나 성격을 선호한다고들 말한다. 그러나 선택하는 바로 그 자연은 대부분 살아 있다. 자연은 블랙박스가 아니라 일종의 감각력이 있는 교향곡이다. (...) 자연은 부분적으로 마음의 이미지로 만들어진다. 예술과 자연 둘 다에서 최대의 매력은 속임수가 들어있는 것이라고 한 나보코프의 말은 옳았다. (...) 속임수는 동물 사회에서 매우 중요하다. 일부 사회학자들은 인간의 기술력이 마키아벨리주의(권모술수)적인 사회 지능의 진화적 파생물이라고 추측한다.(p.239-240)
생물의 최고의 수수께끼 가운데 하나는 눈이다. (...) 시력은 빛에 민감한 박테리아에서 이미 예견되어 있었다. 포유동물의 망막에 있는 시홍(로돕신)은 색소를 지닌 단백질 복합체로, 분홍빛의 호염성 시원 세균인 할로박터에도 풍부하게 존재하는데 똑같이 빛에 민감하다. (...) 일부 진화론자들은 40가지 이상의 별개의 동물 계통에서 눈이 진화하지 않았나 추측한다. 이들 모두에서 빛의 감각은 일단 자극이 주어지면 생물이 반응할 수 있도록 해주는 운동과 연결되었다.(...) 사람의 눈은 다른 방식으로 미생물 조상의 흔적을 지니고 있다. 사람 눈에 있는 간상 세포와 원추 세포는 유사 분열을 할 수 없다. 이들 세포에는 원생생ㅁ루 선조들로부터 물려받은 키네토솜과 짧은 파동모가 있기 때문이다. 눈이 자리한 뼈로 된 눈구멍은 칼슘 폐기물을 재이용해야 할 자기 생산적 필요성에서 유래한다. 세월이 흐르면서 생물은 점점 더 조직화되고 화학 물질과 심지어는 폐기물까지 생물에 통합시킴으로써 결국에는 자신의 환경을 인식하기 시작할 정도로 민감해지게 된 것이다.(p.241-242)
정보 전달자들
전체적으로 동물은 자신들의 운동 및 인지 능력을 생물권에 부여함으로써 생물권을 하나의 유기적인 공동체, 궁극적으로 가장 큰 유기체로 만든다. (...) 우리 인간은 동물 감수성의 한 변형을 가까운 지구 궤도로까지 확장시켰다. 우주에서 본 지구의 모습은 지구 환경에 대한 우리의 인식을 확장시켜 주었다. 동물의 감각력 및 운동의 원리는 고도의 기계 장치, 바퀴 달린 차량, 전기 통신으로 그 정체를 밝혀 주고 있다. (...) 감수성은 상호 작용한다. 반응에 대한 반응이 있다. 동물의 인식은 눈, 귀, 촉각을 비롯한 여러 감각의 직접적인 축적이 아니라, 그 전체가 오직 한 부분을 이루는 인간의 의식에 의해 수집될 수 있는 온갖 감각들이 혼합되어 있는, 일일이 다 헤아릴 수 없는 공감각이다.(p.244)
프랑스의 고생물학자이며 성직자인 피에르 테이야르 드 샤르댕과 러시아의 무신론자인 블라디미르 베르나드스키는 지구가 발생하고 있는 범 지구적인 정신이라는 데 동의했다. 그들은 이 사고의 층을 정신을 뜻하는 그리스어 "누스noos"를 빌려 인지권(noosphere)이라 불렀다. 빛을 내는 반딧불이에서 인간의 전자 우편에 이르기까지, 고동치는 모든 생명의 집합체는 발생하고 있는 지구 정신이다. 시간이 흐르면서 감소하는 무수한 시냅스 연결점을 가진 아이의 뇌처럼, 인지권은 아직 유아 단계에 와 있을 것이다. 다형적이고, 편집증적이며 혼란스러운, 게다가 상상력이 아주 풍부한 이 지구의 인지층은 주로 동물 의식의 예기치 못한 산물로, 지금 가장 감수성이 예민한 단계에 와 있는지도 모른다.(p.246)
그렇다면, 생명이란 무엇인가
생명은 진화의 충만이다. 진화는 감각하고 행동하는 생물의 개체수가 늘어나 서로를 해치우거나 함께 일하거나 할 때 일어난다. (...) 생명은 지각과 반응이다. 그것은 의식, 특히 자의식이다. 생명은 역사적 우연이자 교활한 호기심이며, 헤엄치는 지느러미와 비상하는 날개를 만든 동물의 천재성이며, 동물계의 구성원들에 의해 만들어져 결합된 생물권의 전위 예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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