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산한 일요일 오후의 정동을 모처럼만에 찾았다. 재미있다고 소문난 소리극의 마지막 공연을 보기위해서였다.
소설이든 영화든 이야기를 원칙으로 만들어지는 것들이 사실에 충실한 다큐물을 제외한다면 본디 다 허구 아니던가... 그 허구의 이야기가 어떻게 펼쳐질런지 사뭇 기대가 컸다.

"엄청난 거짓말 쟁이 척척행겨 - 이야기의 힘을 보여주는 웃기는 소리극"



조상 대대로부터 거짓말이 위대한 유산처럼 물려내려오는 한 집안의 대를 잇는 한 사내가 있었으니
이름하여 엄청난 거짓말쟁이 '척척생겨'

'척척생겨'의 장례식으로 시작되는 극의 초반부에서 척척생겨의 부모는 전장에서 죽은 줄로만 알았던 아들이 깜쪽같이 살아돌아오자, 진정 내 아들이라면 제대로 거짓말을 해보라고 이른다.
이로부터 정말인 것만 같은 엄청난 거짓말이 시작되는데...
글쌔 자신이 김유신 장군이 이끄는 군대의 취사병 이었는데, 김유신 장군에 의해 농락당하던 백제의 삼천번째 궁녀 '궁궁'과의 인연때문에 김유신 장군의 눈 밖에나 당산나무에 묶인 채 처형을 기다리게 된다. 그러다 야심한 밤에 우연히 만난 김춘수 왕에게 '거시기 정력 회복(?) 미신'의 거짓말로 감쪽같이 속여 대신 그를 나무에 묶이도록 하고 자신의 위기를 모면한다. 다음날 김유신 장군의 불화살은 '척척생겨'인줄 알았던 김춘수에게 날아가게 되고 그러써 왕도 죽고 김유신도 죽어 '척척생겨'는 목숨을 구제하고 돌아왔다는 말도 안되는 거짓말이다.
 
그러나 이 엄청난 거짓말의 재구성이 끝나자 마자 말도 안되게(?) 척척생겨를 찾아 돌아온 '궁궁'과 부모님 앞에서 혼례를 치르면서 이 극은 끝을 맺는데 그래서 그 엄청난 거짓말이 진짜인가(?)하는 착각을 일으키게 한다.

다소 피나는 노력이 더 필요한 '궁궁'의 연기력과 노래솜씨와 장면 전환시 배우들의 다음 장면 준비 장면이 노출되는 것으로 인해 맥이 몇번 끊기기는 했어도 오랜만에 한바탕 재미있게 웃고 즐겼던 공연이다.

특히 '모기사냥' 장면에서  관객에게 소리를 따라하게 하면서 극을 진행해 나가는 것,
김유신 장군의 곤장형을 위해 관객들이 고무줄 튕기기로 형을 집행하도록 하는 것,
그리고 마지막 혼례식 장면에 거짓말쟁이의 상징처럼 보이는 '뻥튀기'를 나누어 주면서 함께 나누어 먹는 것.
이러한 맛깔나는 관객과의 호흡들이 이 극을 다 보고난 후에 남는 것이 이야기 뿐만이 아니라 즐겁고 재미있는 경험으로 지속되도록 한다는 생각이 확고해졌다.

요즘 문화예술 분야에서 '놀이성'을 굉장히 강조한다.
놀면서 무언가 공감하고 배워가는 과정의 큰 맥으로 짜임새 있는 '내러티브'가 작용할 때 '놀이성'이 훨씬 더 배가 된다는 것을 알게 해주는 작품이었다.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센스
Creative Commons License
2008/10/13 10:53 2008/10/13 10:53
Posted by 날개.

Leave your greetings he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