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아버지를 미워하며 지낸 적이 있다.
그런 침잠된 미움이 어떤 연민에서 사랑으로 밀려 올라간 데에는
어느날 아버지의 뒷모습에서 한없는 바닥을 드러낸 무기력들을 감지하고 나서 부터 였다.
나라는 인간.
단 한번이라도 대통령이라는 권력의 최고 자리에 있던 사람을 사랑해 본 적이 있었는가?
이런 황망한 소식을 듣기 전의 그에 대한 나의 태도를 떠올려 보면,
어떤 힘을 가진 권력자로 보기 보다는 어떤 무능한 아버지 상으로 보고 있었는지 모른다.
어린시절, 내가 아버지에 대해 그랬던 것처럼...
타살이나 다름 없는 의미와 어떤 무게감을 가진 그의 죽음 앞에서
이제 그에겐 아무 소용도 없어졌지만, 어떤 사랑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도덕감의 작동이 아니라 한 인간, 하나의 생명, 그리고 한 나라의 아버지였던 그에 대한 예의로써 말이다.
돈 못버는 아버지를 무능한 아버지로 전락시켜 버렸던 잔인한 마음들을 모두 거두고 싶었던 심정처럼 말이다.
이렇게 뭉클한 감정들이 아직 분화되지 않은 채 넘실거리는 파도와도 같은 것은 그가 남긴 유서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그에게 씌워진 그 모든 기호와 상징들을 모두 거둔 채 시인처럼 짤막하게 남겨둔 마지막 글에서 말이다.
<노 전 대통령 유서 원문>
너무 많은 사람들에게 신세를 졌다.
나로 말미암아 여러 사람이 받은 고통이 너무 크다.
앞으로 받을 고통도 헤아릴 수가 없다.
여생도 남에게 짐이 될 일 밖에 없다.
건강이 좋지 않아서 아무 것도 할 수가 없다.
책을 읽을 수도, 글을 쓸 수도 없다.
너무 슬퍼하지 마라.
삶과 죽음이 모두 자연의 한 조각 아니겠는가.
미안해 하지 마라.
누구도 원망하지 마라.
운명이다.
화장해라.
그리고 집 가까운 곳에 아주 작은 비석 하나만 남겨라.
오래된 생각이다.
2009년5월23일 새벽
출처 : 노무현 전 대통령의 가슴 저미는 단문 유서(09/5/23) | 깍지속 콩네개님의 블로그
▶◀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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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시간이 또 흐르면 잊혀지게 되겠지요.... ^(^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어떤 응축된 힘으로 남기를 내심 바래보지만, 슬픔과 연민만을 가지고서는 커다란 일 같은 것은 일어나지 않을 것 같다는 것을 예감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계속 마음이 횡횡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