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센터나비에서 <뉴미디어와 예술의 확장>을 주제로 9월 25일부터 매주 목요일에 포럼을 진행하고 있다.
포럼에 참석하기 위해 정확한 스케쥴 확인 없이 바쁘게 센터로 달려갔더니만 오늘은 스케쥴상 포럼이 없었다.
아차 싶었지만 다행히 <이상한글>전이 열리고 있어서 덕분에 여유롭게 작품들을 관람하게 되었다.

'기대심리'가 지나치거나 사전 정보가 너무 많을 경우 당췌 '만족'이란 것을 얻기가 굉장히 힘든 편이다.
그래서 그런가 특별한 기대도 없었을 뿐더러 사전정보의 수집활동도 전시오픈 소식말고는 거의 없었기 때문에
한산한 전시장에서 아주 편안하게 작품들을 지켜봤다.
그리고 전시제목 자체가 '이상한글'에서 볼 수 있듯이 언어유희적인 작품들이 많아 그야말로 유희(?)를 누리고 왔다고 해야할 것 같다.
버스를 타고 돌아오는 길에 SK 사옥을 보니 LED스크린에 나비에서 봤던 허한솔 작가의 양복입은 사내들이 흘러가는 것을 보며 유희의 감흥이 좀 더 오래 지속되었던 것 같다.

전시는 아트센터 나비와 COMO(SKT Tower)에서 11월 18일까지 계속 된다.
홈페이지 : http://www.nabi.or.kr


<ㅅ - Cogito> 김기철, 2008
ㅅ의 형상을 띤 오브제는 설치된 마이크에 바람을 불어넣기 시작하면 그 강도에 따라
나머지 'ㅜ, ㅣ, ㅁ'이 조합되어 각각 '숨'과 '쉼'으로 조합되어 보였던 작품이다.
작가의 의도를 전혀 모르고 봤을 땐 단순하게 관객이 힘겹게 한웅큼의 들숨을 들이킨 후에
날숨을 내뱉어가면서 '숨'이라는 단어를 형성시키고, 그 날숨을 거의 다 소진해가며 '쉼'이란 단어를 완성해야
비로소 다시 들숨을 들이킬 수 있는 상태와 작품 앞에서 쉼이 생긴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작가의 소개글을 읽어보고 다시 생각해 보니
생각이란 단어로 부터 시작해 'ㅅ'을 초성으로 취하는 몇몇 단어들의 언어 유희처럼 생각된다.







<정신병> 고원, 변지훈, 2008
구체시 작가 고원과 인터랙티브 아트 작가 변지훈의 협업작품이라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관객 앞에 놓인 병을 손에 들고 입구에 말을 하거나 바람을 불어 넣으면 '정신'이라는 글자들이 쏟아져 내려와
네트워크처럼 가느다란 선이 유기체처럼 얽혀 있는 형상으로 표현되는 작품이다.
작가의 작품소개에 의하면 관객이 병속에 숨을 불어넣음으로써 본디 사물을 담는 병에 '정신'을 담는 병으로
승화시키는 것으로 여길수도 있겠지만 너무 많은 말이 네트워크의 타임머신을 타고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넘어 범람하게 됨에 따라 생기게 된 현대인들의 정신병(악플, 우울증 등)을 이야기하는 언어유희처럼 보였다.


<글의 소리> 한계륜, 2008
별로 집중할 만한 요소를 발견하지 못해서 였겠지만 작품 앞에 한참동안 있었어도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지 알수 없었다. 작품설명을 보고서야 겨우 재미를 느낄 수 있었는데 화면속에 등장하는 두 남녀가 실제 커플이고,
각자 자음과 모음을 끊임없이 내뱉는 말 아닌 말들의 조합은 '자자'란다.


<한글패브릭> 노승관, 2008
만약 이것이 영어로 된 작품이었다면 내가 한참동안이나 앉아서 보는 중에 그런 재미를 느낄 수 있었을까?
얼핏스쳐보면 무슨 글씨인지 전혀 알아볼 수 없지만, 계속해서 응시를 하고 있다보면 쿵쿵, 뚜뚱, 딸랑딸랑 등의 글씨들이 읽혀지기 시작한다. 조형감 있게 어우러진 이 의성어와 단어들을 보고나서 기억속의 이미지를 떠올리면 이것은 복잡하기는 할테지만 그리 힘겹지는 않게 느껴지는 도시를 동네삼은 동네한바퀴 놀이가 된다.


<소화> 이주영, 2008
소화라는 작품 타이틀을 보기 전에는 그저 젓가락으로 텍스트를 집는 다는 행위에만 집중이 되었던 작품이다.
발상 자체가 흥미로워서 기꺼이 인터랙션을 시도해보긴 했으나 젓가락질이 매우 익숙하여 무언가를 집는 다는 행위의 촉각적(tactical) 감각이 손가락과 비슷한 나로서는 아쉬움이 많이 남는 작품이었다.
하지만 여전히 나는 이런 종류의 새로운 방법으로 인터랙션을 시도하는 작품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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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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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이상한글 @ artcenter nabi

    Tracked from in the white 2008/12/06 17:28 Delete

    지난 토요일, SK 딱 두글자만 적힌 빌딩에 위치한아트센터 나비에서 진행되고 있는 ‘이상한글’ 전시에 다녀오게 되었다.가을이 무엇인지 잊어버린 듯한 계절과 조금이라도 빨리자신을 드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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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라라윈 2008/10/28 14:27  Modify/Delete  Reply  Address

    재미있는 전시 같습니다...
    다만 개념에 대해 많이 생각해 줘야 되는 전시 같아 보입니다.....^^;;

    • 날개 2008/10/28 19:54  Modify/Delete  Address

      한가로운 시간을 택해서 천천히 보고 왔더니 나중에 보태지는 생각들이 하나둘씩 더 생겨나더라구요. 한글을 소재로 작업을 해서 그런지 소소한 재미들도 있고... 아무튼 편안했던 전시였습니다~ ^^

  3. 비밀방문자 2008/10/28 23:27  Modify/Delete  Reply  Add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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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날개 2008/10/29 21:28  Modify/Delete  Address

      지나가던 새들이 과자부스러기를 다 쪼아먹진 못한 모양이군요ㅎㅎ
      들려주셔서 감사합니다~ ^^

  4. 비밀방문자 2008/11/03 17:17  Modify/Delete  Reply  Address

    관리자만 볼 수 있는 댓글입니다.

    • 날개 2008/11/03 17:59  Modify/Delete  Address

      반갑습니다~
      그냥 편하게 주욱 써내려간 글이라 부끄럽지만 퍼가셔도 괜찮습니다~
      늘 좋은 행사들 많이 마련해주셔서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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