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일날 아버지와 함께 :: 2008년 06월 30일 17시 32분
오랜만에 아버지를 모시고 교회에 갔습니다.
믿음이 없으시기 때문에 성당에 가는 것도 교회에 가는 것도 별로 좋아하시지 않으셔서
늘 안타까워 하지만 어디까지나 마음 뿐 이었습니다.
그런데 마침 이번 주일 설교는 부모와 자식간의 관계를 중심으로 하는 내용이었습니다.
"주 안에서 부모에게 순종"하고 "네 아버지와 어머니를 공경하라"고 합니다.
그것이 "약속 있는 첫 계명"이라고 합니다.
이제 다 컸다고 아버지를 무시하고 내 지식과 경험으로 아버지로써의 역할을 할 수 없도록
꾹꾹 짓누르고 있던 제 모습이 보였습니다.
자라면서 아버지로 부터 얻은 마음의 상처가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난 후 점점 늙어가시는 아버지의 모습을 발견하면서 다 사라진 것 같았는데, 여전히 가까이 하기엔 이런 저런 거리낌이 먼저 드는 아버지입니다.
그런 아버지를 모시고 어제는 아버지와 친하게 지내는 놀이(?)를 했습니다.
예배를 마친 후 좋은 곳에 가서 맛있는 누룽지 백숙을 먹고 계획도 없이 서울대공원으로 향했습니다.
중학교 2,3학년쯤 이었을까요? 이곳은 나의 먼 기억 속에 소풍을 왔던 장소로 보관되어 있습니다.
그 당시에는 동물원이라는 이름과 역할이 무색하게 그저 일시적 해방감과 여학생들과 함께 놀 수 있다는
기대감 따위의 보편적인 남학생들이 가질만 한 추억만이 묻어납니다.
이렇게나 많은 세월이 지난 오늘,
아버지와 함께가 아니었으면 이런 곳에 오려고 생각이나 해봤을까요?
연인끼리도 아니고, 친구끼리도 아니고, 아이를 동반한 가족끼리도 아닌 채 이 곳에 올 생각을 했을까요?
이것은 내 의지와 생각과는 상관없이 주일 오후에 받은 값진 선물 같습니다.
아버지와 함께 보낼 수 있는 이런 시간들이 내 의지대로 쉽게 주어지지는 않을테니까요.
홍학의 붉은 색이 이 처럼 선명하고 예쁜지도 다시 보게되었고, 처음 보는 물개와 돌고래쇼에 입이 떡 벌어지면서 감탄사를 남발해 보는 즐거움도 신선했습니다.
교회를 가든 갑작스런 소풍을 가든 나와 함께 하는 이런 시간들 속에서
아버지가 예수님을 알게되고 또 만나는 놀라운 일이 일어났으면 좋겠습니다.




개입하기 :: 2008년 06월 01일 21시 14분

이것은 죽음이다.
이것은 한가하게 휴일을 맞이한 도시의 어느 아스팔트 위에 놓여진 작은 새의 죽음이다.
물리적 시간을 거스를 수 있을 것만 같은 관념 속의 시간들을 바삐 번갈으는 두 발에 실어 나르며
수도없이 지나쳐 버렸던 죽음이라는 사건이다.
10미터 쯤 지났을까?
나는 오던 길을 되짚어 걷는다.
이것이 쥐 였다면 인상을 찌뿌리며 금방 잊어버리기를 시도하다 금방 그렇게 되었을 것이다.
이것이 비둘기 였어도 그냥 금방 잊어버렸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돌이킨 발걸음 이후 잠깐 동안 '관찰'의 행위를 한다.
그리고 나서 휴대폰을 꺼내어 '기록'의 행위로 옮겨간다.
찰칵 소리가 나는 순간 이상한 기분을 느낀다.
그렇게 나는 이 작은 새의 초라한 죽음에 개입하게 된다.
여기서 왜 이런 생각이 드는 지는 모르겠지만
'진실'이라는 것을 드러내기 위해 타자의 입장을 전혀 고려치 않고
카메라든 캠코더는 가쉽이든 무책임하게 개입하는 행위 말이다.
마치 내가 이렇게 기록의 행위를 위해 폰카에 저 새를 담고서는
또다시 아무일도 아닌 것처럼 그냥 지나쳐 버리고 마는 것 처럼 말이다.
악플, 가쉽, 기자들의 독선적이고 위선적인 행위들 말이다.
오늘 내가 목격한 사건 하나가 나약한 인간으로써 비겁하기 짝이 없는 나의 모습을 발견하게 한다.
5월의 마지막날에 :: 2008년 05월 31일 23시 10분

63빌딩 사이로 저물어 가는 해를 따라
대로 위를 질주하는 오늘은 2008년 5월의 마지막 날이다.
높은 곳 전망 좋을 법한 곳에서의 여유로움와 함께 바라보던 석양이
저물어 가는 5월의 마지막날에 함께 저문다.
돌이켜 보면 너무나 쉽게 저물어 가는 것 처럼 보이는 석양만큼이나
너무나 쉽게 흘러간 시간들이다.
지금 눈 앞의 풍경은 눈이 부시지도 않게 차분한 선율로 가라앉고 있는데,
나의 지난 날은 아름다웠을까?
나의 남은 날들을 저렇게 조용히 채워갈 수 있을까?
오랜만에 바라보는 풍경 덕에 잠시나마 상념에 빠져본다.


